기준이 바뀌면 '행복'이 바뀐다

: 욜로식 행복에 균열을 내는 김생민의 "스튜핏!"




 욜로는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언제부턴가 “인생은 한 번 뿐이다는 말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결합해 한 번 뿐인 인생, 현재의 나에게 아낌없이 써라는 말이 됐다. 욜로식 행복은 소비를 전제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다. 물욕도 없고 돈도 없는 나는 불행하지 않아도 불행해진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행을 가지 않아 불행하고, 콘서트를 즐기지 않는데 콘서트를 가지 않아 불행하다. 욜로는 행복을 중시해 나타났지만 정작 그 규정 속에 내 행복은 없다.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은 욜로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한다. 행복의 기준을 소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과감히 스튜핏!”을 외친다. 돈을 쓰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며 욜로식 행복 정의에 균열을 낸다. 욜로 라이프에서는 인생 즐길 줄 모르는 바보였던 내가 김생민의 기준에서는 슈퍼 그레잇!”이다. 여행 대신 집앞을 산책 하고, 콘서트 대신 허밍을 즐기는 나는 행복의 기준이 바뀌니 더이상 불행하지 않게 됐다.

 

 욜로가 행복의 가치를 소비로 제한해 불행한 사람을 규정했던 것처럼 어떤 가치에 일정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소수의 상처를 초래한다. 아직도 기준의 문제를 본질의 문제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랑을 이성애로 규정해 동성애를 불행으로 보고, 정상을 비장애로 규정해 장애를 불행으로 보는 시선 등이 그렇다. 김생민처럼 기준의 오류에 스튜핏!”을 외치는 목소리가 늘어나면 사회의 불행을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23-24 양일간 진행되는

 조은화, 허다윤양 이별식에 다녀왔다.


입구에서부터 짙은 장미 향이 났다.

아이들이 평소 장미를 좋아해 국화 대신 장미를 택했다고 한다.


분홍의 꽃 한 송이를 아이들 앞에 놓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구고 기도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한참을 읊조리다가


주제넘지만, 감히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말을 전했다.


애들아, 너희 부모님께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 최선이라는 말 그 이상으로 

너희를 사랑하셨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국가와 달리,

부모님께서는 국가가 외면하고, 

사회마저 외면했을 때에도

마지막 자락을 결코 놓지 않고

너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어


내가 감히 그 아픔을 짐작하고

내가 감히 이렇게 이야기할 자격도 없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내가 느낄 정도로 

정말 너희를 많이 많이 사랑하셨어


그러니 부디,

그 사랑 듬뿍 받고

부디, 부디, 부디


부모님 따뜻한 품에 안겨 잠들듯

그 사랑 속에서 편안히 쉬어


나쁜 기억은 모두 잊고

좋은 기억만 갖고 가기를 바라


하고

주제넘은 바람을 전했다.


가족분들과 인사를 하고,

아이들과 마주했다.


허다윤, 조은화 명찰이 있는 교복과

신발, 양말 등의 유품이었다.


그 옆에는 곧 있을 아이들 생일을 축하하는

축하 꽃다발과 선물이 가득 놓여 있었다.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


남은 5명이 모두 돌아오기 전까지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여,

장례를 먼저 하지 않겠다 마음을 함께 했는데


10월, 아이들 생일이 다가올수록

유해가 냉동고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마음은 얼마나 애가 타면서도 죄스러웠을까.


아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죄책감의 무게에 짓눌려야 했을 가족들...


3년의 기다림을 함께 했기에

함께 아팠기에, 함께 외로웠기에

그 고통을 누구보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내린 게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백 번 천 번 고민 끝에

장례식이 아닌 이별식이 열렸다.


9월 24일, 내일까지만 진행되니

부디 참석하여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면 좋겠다.


이별식 후에도 끝까지

남은 미수습자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하면 좋겠다.


미수습자 어차피 못찾는다고,

아예 인양조차 하지 말라는 사람들까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양하니

아홉명 중 네 명이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반드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을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잊지 말고, 기억하고,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홀로 가야 하는 생이라지만 간다면 가고 싶지, 표류하고 싶지는 않다

둥둥 그 자리를 맴돌다, 그만 침전하고 마는 부유물이 되고 싶지 않다

알 수 없다 하여 답이 없는 게 아닌데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목을 옥죈다

막연함에서 해방하는 날 숨이 탁 트일 것을 알면서도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다시 침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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